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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UX writing을 구분하는 법, 보이스 차트

분류
UX/UI
UX 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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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좋은 UX writing을 구분하는 법 - 보이스 차트

UX writing은 신생 분야인 만큼 관련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UX writing'의 기준 역시 아직은 모호하다. 지표 개선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나마 선방한 것이고, 최악의 경우엔 의사결정자의 취향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할인받기'를 '1,000원 할인받기'로 변경했더니 전환율이 높아졌다."와 같은 개별 문장의 퍼포먼스를 좋은 UX writing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 생각한다면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꼴이 된다. UX writing은 한 문장의 기능적 역할뿐만 아니라, 그 문장이 브랜드에 끼치는 영향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보이스 차트의 목적

보이스는 텍스트 콘텐츠가 어떤 '느낌'을 풍길 수 있도록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항상 언급되는 것은 '일관성'이다.
비주얼에 일관성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은 많이 시도되고 있지만(디자인 시스템 등), 텍스트는 그에 비해 논의가 부족한 편이다. 텍스트 콘텐츠가 일관성을 갖지 못하는 데에 가장 큰 장벽은 바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어투'라는 것을 시스템화한 사례가 많지 않고 정의조차 시도되지 않아,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텍스트의 느낌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프레임워크가 보이스 차트이다. 보이스를 최대한 객관적인 언어로 정의함으로써, 누가 쓰든 이 차트만 확인하면 일관된 보이스를 지닌 텍스트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보이스 차트란?

UX 콘텐츠 간 얼라인을 맞출 수 있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버튼 라벨 '구매하기'를 친근한 느낌으로 개선한다고 예를 들어보자.
A) 구매하러 가기
B) 지금 사러 가기! :D
A와 B는 '친근한 느낌으로 개선'이라는 최소 목표를 달성했으나, 전혀 다른 어투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둘 중 어떤 시안을 채택해야 할까? 미리 정의해둔 기준이 없다면, 개인의 느낌만으로 회의가 진행된다. 결국 다수결이나 의사결정권자의 취향으로 시안이 결정될 것이다. ('A안이 더 심플한 느낌이네요!', 'B안이 더 다정해서 좋지 않나요?')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이 보이스 차트이다. 단순히 전환율을 높이는 것만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시안을 선택하기가 어려울 때에는 시안들 중 가장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가까운 시안을 선택해야 한다.

보이스 차트 만들어보기

보이스 차트 템플릿
제품의 원칙들에 기반하여 6가지 요소로 writing 기준을 정의한다. x축에 제품 원칙을 두고, y축에 보이스를 정의하는 6가지 요소를 차례로 나열하면 각 제품 원칙에 맞는 글쓰기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제품 원칙

쉽게 말해 브랜드의 코어 밸류이다. 브랜드가 유저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드러내고 싶은 제품의 가치를 의미한다. 제품 원칙은 UX writing 팀 혼자 정의하기는 어렵고, 브랜드나 제품 개발 팀과 함께 논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TAPP이라는 서비스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버스 앱이고,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가장 빠른 루트는 어디인지, 요금은 얼마인지 등을 알 수 있는 서비스다.
TAPP은 가장 효율적인 루트를, 신뢰할만한 정보를 기반으로, 모든 탑승자를 고려하여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제품 원칙을 Efficient(효율적인), Trustworthy(신뢰할만한), Accessible(접근성 높은) 세 가지로 정의했다.
자사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고 싶은 가치, 커뮤니케이션에서 유저에게 어필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1. 컨셉

컨셉은 제품 원칙을 구체화한 것으로, 이 역시 단독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유관 부서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좋다.
제품 원칙이 '무엇'을 주는지를 이야기한다면, 컨셉은 실제 서비스에서 그 가치가 드러나는 방식, 즉 '어떻게' 주는지를 이야기한다.
TAPP에서 Accessible이라는 가치는 정보의 접근성을 의미할 수도 있고, 유저의 접근성을 의미할 수도 있다.

2. 어휘

어휘란 해당 브랜드의 퍼스낼러티를 정의하는 최소한의 단어를 뜻한다. 최소한의 단어란 특정 단어 목록(철자, 맞춤법)이나 전문용어 목록(해당 도메인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 원칙과 관련하여 특별히 사용하거나 피해야 할 어휘가 없다면 해당 칸은 비워두어도 괜찮다.

3. 상세도

더 엄격하게 일관성을 부여하려면 개인의 어투가 최대한 배제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야 한다. 상세도는 어휘에서 정의한 키워드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액션 플랜 지침을 제공한다.
문장이 얼마나 상세한지에 대해 정의하기도 한다. 브랜드에 따라 아이덴티티를 살리기 위해 간결성이 최우선 순위의 기준이 아닐 수 있다. 물론 UX 텍스트는 천천히 읽으라고 있는 게 아니긴 하지만, 지나치게 간결한 문장은 유저가 다음 단계로 가는 데에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TAPP의 상세도는 제품 원칙과 컨셉을 여전히 반영하여 정의하고 있다. 제품 원칙 'Efficient(효율적인)'을 위해서는 필요하지 않은 형용사와 부사는 제외하는 문장을, 'Trustworthy(신뢰할만한)'와 'Accessible(접근성 높은)'을 위해서는 충분한 단어를 사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가상 서비스 TSC는 멤버십 앱으로, 커뮤니티에 속한 멤버들에 한해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멤버십 앱이니만큼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형용사/부사를 최대한 활용해 자세한 응답과 설명을 제공하고, 전통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모든 텍스트를 문장형으로 제공한다.

4. 문법

문장 내에서 어떤 항목을 강조할 것인지, 동사 위주로 얘기할 것인지 명사 위주로 얘기할 것인지 등을 정하는 항목이다. 한국어 베이스의 서비스를 만들 때엔 경어와 평어를 사용하는 기준도 여기에 포함되면 좋을 것 같다.
문장 구조는 사용성에만 몰두하여 지나치게 심플하게 만들 경우, 자칫하면 로봇이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구성해야 한다.
사용성과 퍼스낼러티 간의 균형을 잘 조절하기 위해 프로토타입 문장을 만들어보고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보면 좋다.

5. 구두법, 맞춤법

신규 서비스: 사용할 수 있는 특수 기호의 종류와 상황을 사전에 최대한 고려하고 규칙을 세워두자
기존 서비스: 기존 텍스트에서 특수 기호를 활용한 사례들을 모아 통일성을 부여하자

6. 대문자 사용법

한국어에서는 품사의 종류를 설정함으로써 이 규칙을 적용해볼 수 있다. (ex. 타이틀에는 명사를, 디스크립션에는 문장형 텍스트를 사용한다.)

보이스 차트 사용해보기

완성된 보이스 차트
보이스 차트를 UX writing의 의사결정 기준 및 이터레이션 툴로 사용해보자.
보이스 차트에서 정의한 제품 원칙에 따라 시안을 여러 가지 만들어본다. 모두 브랜드의 컨셉을 반영하여 쓴 텍스트이기 때문에 A/B 테스트를 돌려서 가장 기능적 역할을 잘 수행하는 텍스트를 고르거나, 해당 화면에서 드러내야 하는 컨셉이 무엇인지 팀원들과 논의 후 결정하면 된다.
UX writing이 적용되지 않는 가장 큰 장벽은 기준이 없어 사람들이 각자의 말투대로 텍스트를 쓰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이스 차트를 잘 만들어도 서비스를 함께 만드는 조직원들이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보이스 차트를 만든 후 가장 먼저 팀원에게 사용법을 공유하면 좋다.
보이스 차트 제작 과정에 마케팅, 리서치, 프로덕트, 리더, 디자인 등 다양한 팀이 참여하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