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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기록

키워드
#이직 #영감 #독서 #음악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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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6월의 회사

귀여운 라이언 동상
6월 17일에 전 회사를 퇴사하고 6월 21일에 새로운 회사에 출근했다. 주말을 제외하면 월요일 하루만 쉰 것인데 빨리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곧바로 이직을 했다. 이번이 네 번째 회사임에도 이직은 여전히 낯선 경험이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프로덕트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설레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에 불안이 커지는 것 같다. 하지만 조직과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성과만 내려고 하다가는 되려 화를 부를 수 있으니 새로운 조직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작은 성과를 통해 신뢰 자산을 쌓아가보려 하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분과 올초에 커피챗으로 만났던 분이 같은 팀에 계신다는 것이다. 이런 적은 처음인데 낯선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준다.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 감사하다.
입사 후 먼저 한 일은 B2B 디자인 시스템의 로드맵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현재 디자인 시스템은 라이브러리 정도의 수준이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로드맵을 잘 잡고 개발자와 함께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아직 회사의 문화에 적응하고 디자인을 파악하느라 정신 없지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6월의 영감

LINE GROUND (링크)

오랜만에 보는 완성도 높은 웹사이트다. 지루하지 않게 페이지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인터랙션부터 스토리텔링, 타이포그래피,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모두 인상적이었다. 전용 폰트를 소개하는 섹션은 특히 인상 깊었는데 좌우 스크롤과 레이아웃 덕분에 웹으로 보는데도 책을 보는 것 같은 경험을 준다. 즐겨찾기 해두고 종종 들어가 살펴볼 것 같다.

춘식이 그림일기 (링크)

춘식이가 라이언에게 달려가는 모습에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SNS에서 우연히 보게 된 춘식이 그림일기. 글을 쓰면서 알았는데 배경음악도 있다. 귀여움 그 자체. WebGL을 사용했다고 하던데 데굴데굴 구르며 등장하는 3D 춘식이는 상당히 귀엽다. 아래쪽으로 이동할수록 자연스럽게 해가 지는 효과는 꽤나 감성적이었다.

6월의 독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철학에 관심을 가지며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지인이 추천해줘서 읽게 된 책이다. 김지수 기자님이 이어령 선생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라 대화형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반성하기도 하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되새겨보기도 했다. 쉽게 이해되는 내용도 있었지만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할 내용도 많아서 나중에 몇 번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요약본)
뜬소문에 속지 않는 연습을 하게나. 있지도 않은 것으로 만들어진 풍문의 세계에 속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 진실에 가까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네. 그게 싱킹맨이야.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보고 어린아이처럼 사고해야 하네. 어른들은 머리가 굳어서 ‘다 안다'고 생각하거든. ‘다 안다'고 착각하니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거 묻지 말라’고 단속을 해. 그런데 쓸데없는 것과 쓸데있는 것의 차이가 뭔가? 잡초와 잡초 아닌 것의 차이는 뭐냐고? 그건 누가 정하는 거야? 인간이 표준인 사회에서는 세상 모든 것을 인간 잣대로 봐. 그런데 달나라에 가면 그거 다 소용없다.
살아 있는 것은 물결을 타고 흘러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네. 관찰해보면 알아. 하늘을 나는 새를 보게나. 바람 방향으로 가는지 역풍을 타고 가는지. 죽은 물고기는 배 내밀고 떠밀려가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작은 송사리도 위로 올라간다네. 잉어가 용문 협곡으로 거슬러 올라가 용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지. 그게 등용문이야. 폭포수로 올라가지 않아도 모든 것은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원하는 데로 가지. 떠내려간다면 사는 게 아니야. 우리가 이 문명사회에서 그냥 떠밀려갈 것인지, 힘들어도 가고자 하는 물줄기를 찾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네. 다만 잊지 말게나, 우리가 죽은 물고기가 아니란 걸 말야.

폴 랜드의 디자인 생각

이 책을 처음 알게 되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지가 벌써 몇 년이 되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책은 생각보다 얇았고, 폴 랜드가 디자인한 작업물의 사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끝까지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폴 랜드는 그래픽 디자이너라서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시각적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결국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결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약본)
디자이너는 선입견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면 안 된다. 주의 깊은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가 아이디어이고, 그 아이디어의 산물이 디자인이다. 디자이너는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신적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디자이너는 분석하고 해석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 분야의 기술적인 발전 추이를 알고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술을 작품과 결합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디자이너는 주어진 재료들을 편성하고 종합하여 아이디어, 기호, 상징, 그림의 형태로 재구성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통합하고 단순화하고 불필요한 것을 편집한다. 연상과 유추를 통해 재료를 추상화하고 결국엔 상징화한다. 명료함과 흥미 유발을 위해 상징을 적절한 장식물로 보강한다. 디자이너는 본능과 직관에 의지한다. 자신의 감각과 취향뿐 아니라 고객도 고려해야 한다.

6월의 음악

백지화 리스닝룸

강동구청역 근처에 위치한 백지화 리스닝룸은 굉장히 좋은 스피커로 원하는 LP나 신청곡을 틀어주는 말 그대로 리스닝룸이다. 내부에 진열된 80년대 LP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 신청할 수도 있고, 본인의 LP를 가져가도 된다. LP 외에도 원하는 어떤 음악이든 신청하면 사장님이 무손실 음원으로 틀어주신다. 평소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나름 보급형으로 나쁘지 않은 턴테이블과 스피커, 헤드셋을 사용하는데 이곳에서의 청음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쯤 가보길 추천한다.
해서웨이 - 항해박명 버둥 - 낙수 보수동쿨러 - 0308 윤석철 트리오 - 독백이라 착각하기 쉽다
리스닝룸은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함께 음악을 듣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신청곡도 듣게 되는데, 그중 좋았던 노래가 '항해박명'이라는 곡이다. 그리고 VIBE에서 '항해박명'과 비슷한 곡을 재생했더니 위의 나머지 세 곡이 나왔고, 모두 신선하면서 취향에 맞아서 좋았다.

6월의 영화

파수꾼 4.5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스토리도 좋은데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한 것 같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곰곰이 생각에 잠기게 만든 영화. 미숙한 표현으로 다르게 전달되는 의도와 이로 인한 관계의 종말.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마냥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먹먹함이 느껴졌다. 아래는 왓챠피디아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코멘트들.
혹독한 계절의 소년들은 이토록 서툴고 외롭고 연약하다. 아프도록 흔들어놓고 나서야 잦아드는 바람. 제 상처에만 눈 멀었던 어린 것들은 그제야 문득, 꺾여있는 제 곁을 깨닫고 만다.
소년성의 역학. 그 인력과 척력의 미로에서 형형하게

접속 3.5

쉽게 닿을 수 없어 더 애틋하다. 거의 모든 것이 연결된 요즘의 사회와 대비되는 아날로그함이 인상 깊었다. 사실 너무나 올드한 포스터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보게 된 이 영화는 내가 태어난 해에 개봉했다. 그래서 그 시대에는 당연했던 라디오에서 LP를 틀어주는 장면이 왠지 모르게 반갑고 신기했고, 아날로그와 느림의 미학인 것 같았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고 들었어요.

메멘토 3.5

유튜브에서 해설 영상을 찾아본 후에야 이해가 된 영화. 어떻게 구성을 저렇게 짤 생각을 했나 싶었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왜 놀란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인지 그만큼의 재미가 있지는 않았다.

범죄도시2 3.0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영화. 동석이형이 빌런들을 모두 갱생시켜줄 것임을 알기 때문에 마음 놓고 볼 수 있었다. 전작만큼의 재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볼 만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