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잘 해내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다음 레벨로 성장하기 어렵다.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 나에게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다음 레벨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항목은 어떤 것이 있는지, 나는 그 역할을 해낼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지 항상 점검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성장은 성실하게 준비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
1) 주니어 -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
농사로 예를 들자면, 주니어에게는 땅과 씨앗이 주어진다. 그 씨앗을 잘 키워서 열매를 맺도록 키워 내는 사람이 주니어이다.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주니어에게는 씨가 아닌 모종을 나눠 주거나 이미 자라고 있는 식물에 물을 주는 역할을 맡기거나 가지 치는 역할 등을 나눠 준다. 주니어 농사꾼은 땅과 씨앗의 형질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시니어의 도움이 종종 필요하다.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법, 씨앗을 발아 시키는 법, 날씨나 병충해 같은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등에 대해 시니어에게 배운다.
일 잘하는 주니어는 주변의 도움 없이도 본인이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해내는 인재이다. 땅과 씨앗이 주어졌을 때 바로 무턱대고 심지 않고 일단 땅을 살펴보는 여유가 있다. 씨앗 종류에 따라 바로 땅에 심기도 하고 아니면 실내에서 모종으로 싹을 틔워서 분갈이를 해야 한다는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경험으로 변수를 예측해서 준비하기도 하고, 돌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직책이 리더(수석, 임원 등)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보통 높은 직책에게는 규모가 큰 농사가 주어지는데 그 농사를 잘 해내면 일 잘하는 주니어 리더의 성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건 일 잘하는 주니어로 보너스를 받을 일이지 다음 레벨로 준비됐음을 증명한 건 아니다.
2) 시니어 - 문제를 발견하고 기회를 창조하는 역할
주니어와 시니어의 가장 큰 차이는 주어진 일을 하느냐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느냐로 달라진다. 주니어는 뭘 해야 하는지 다음 숙제를 묻고, 시니어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일을 벌인다. 주니어가 문제 해결자라면 시니어는 기회 창조자인 셈이다.
농사로 치면 시니어 농부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거나 씨앗 품종을 개량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농사법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조직 내 시니어 레벨은 기존 프로젝트의 스콥을 넓히거나,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역할을 키우거나 혹은 새로 정의하거나, 비즈니스의 신규 기회 영역을 찾아서 제안한다. 창조는 실패를 담보하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베팅할 수 있는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 조직 간 역할의 관계, 기업 전략상 우리 프로젝트의 역할, 우리 제품의 마켓 포지션, 마켓 트렌드를 읽어내는 촉이 예민하게 발달돼 있고 주도적으로 일을 개척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3) 리더 - 확장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역할
시니어와 리더의 차이는 성장과 성공의 확장성(Scalability)와 지속성(Sustainability)을 만드는 역할에 있지 않나 싶다. 문제 해결이나 새로운 제안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식인지는 기업 성장에 매우 중요한 핵심 아젠다이다.
주니어의 문제 해결 아이디어 혹은 시니어의 신규 사업 제안이 향후 효율적으로 확장성이 있는 방식인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일인지를 따져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역할이 리더이다. 확장이 어렵거나 지속하려면 추가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일은 아직 제반 준비가 안됐거나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은 일이라서 이런 경우 리더는 일을 벌이기보다는 일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 보니 시니어와 리더 간의 견해차가 생기거나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매우 건강한 텐션이고 자연스러운 피드백이다.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게 훨씬 힘든 작업이고 어려운 의사 결정인 경우가 많다.
조직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인력이 부족하다고 기존 인력을 장시간 투여하거나 단기 계약직을 고용하거나 아웃소싱을 하는 방식 등으로 해결을 할 순 있겠지만 그런 방식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향후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리더는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하고, 더 나아가 확장성과 성장 가능성에 힘을 쏟는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