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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지금 이 일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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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연님이 쓰신 당근 메일을 보면 생산성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있었다고 생각해요. 생산성이라는 게 내가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나 내가 빨리 더 성과를 내기 위해서처럼 내 쓸모를 위해서 쓰는 시간인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그것도 물론 사회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엔 내가 더 잘살기 위한 생산성은 내 삶의 목표나 가치관과 방향과 맞는가를 계속 자문하고 그것에 대해 계속 기준을 세우는 작업이 궁극적으로 나의 삶에 좋은 생산성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요즘 이거 하면 좋대’ ‘이거 해야만 해’라고 해서 하는 생산성은 너무 조급함과 불안을 많이 일으키기 때문에 내가 많이 생산해 낼수록 내 안에 매우 많은 공허함과 불안도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아닌 내가 어떤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를 판단해서 하는 생산성은 불안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중심을 잡게 만들고,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도와주는 형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스스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 있는데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자유로워졌다는 점이에요. 특히 사업을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정말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데 그 많은 조언을 나만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못하면 길을 잃기 쉽거든요. 지금은 저만의 기준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의 큰 골격을 파악할 수 있는 원 페이저 공유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일을 좀 빨리하는 편인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보니, 제가 타고나게 빠른 게 아니라 이전 직장을 다닐 때 구조적으로 생각하도록 훈련이 돼서 그런 거로 생각해요. 미국회사를 오래 다녔는데 미국회사는 생각 뼈대 잡아 원 페이저로 공유하는 것, 그래서 팀원이 계속해서 같은 페이지에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게 저도 자연스럽게 훈련이 된 거죠. 가끔 일을 하다 보면 가지치기부터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구체적으로 세세한 일부터 시작하는 게 확실하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미팅이 끝나면 그 미팅 내용을 바탕으로 바로 상세 업무 리스트를 만들고 진행하는 게 눈에 더 잘 보이고 명확해 보이거든요. 하지만 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목적이 무엇이고, 어떤 사람을 타깃으로 하고, 우리의 자원은 얼마인지, 그 자원을 통해서 무엇을 이룰 것인지, 그 결과는 어떻게 예상되는지 등을 고민한 원페이저만 있으면 관련된 디테일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가구를 정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가구 그 자체에 대해 먼저 고민하기보다는 집의 크기가 설정되고 방의 숫자가 결정돼야 어떤 가구를 얼마나 들여올지 명확하게 정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처음엔 시간이 더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시간을 더 아껴줍니다.
*원페이저란? 원페이저(One-pager)란 한 페이지로 요약된 문서로, 핵심 정보와 목표를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료입니다.
정말 잘 쉬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전 주말엔 최대한 일을 안 하려고 합니다. 주말엔 특히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고 어떻게 인풋을 넣은 건지에 집중해요. 최근에는 영화를 보는 리츄얼이 생겼어요. 너무 숏폼의 시대에 살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영화를 보게 됐어요. 영화가 길잖아요. 기본이 한 시간이고, 하지만 그 영화를 보는 감각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주말에 쉰다는 것에 대해 자책감을 가지던 시기도 있긴 했었는데요. 하지만 곰곰이 찾아보니 저는 놀아야 훨씬 재미있고 신선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이란걸 알게 돼서 주말엔 쉽니다. 그 대신 주중에는 잘 안 쉬워요. 인문학책 읽고 일기 쓰는 것 외에는 일만 해요. 시시포스의 돌을 굴린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세팅해서, 주중에 일이 많고 힘든 건 아무렇지 않아요. 인생은 원래 고통스러워 이렇게 생각하며 주중에는 일, 주말에는 휴식으로 정확하게 나눠서 살아요. 철학이나 심리 책을 많이 읽고 공부하다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더라고요. 하나는 지금, 이 순간’ 이라고 해서 지금 내가 뭘 느끼는지, 어떻게 느끼는지가 너무중요한 거고,두 번째는 행복은 디폴트가 아니고 고통이있는 게 당연한 거란 거죠. 그리고 알면 알수록 괴롭고,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괴로운데, 그걸 깨닫지않는게 더욱더 안 좋은삶이라는 거죠. 전 너무 매끄러운 삶을사는 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문지방이라는 것들을 계속 만나고 통과의례를 만나야 다채롭고 더 개성 있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