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3월의 회사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
올해 2월 두 가지 사업 목표에 따라 본부를 나누고 구성원 한 명이 하나의 제품을 담당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조직 개편이 있었다. 기존에는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여러 제품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병목이 발생하고 제품에 대한 오너십을 갖기 어려웠던 문제를 개편된 조직 구조가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조직 개편이 갑작스러웠던 탓인지, 인력이 부족한 탓인지 여전히 일부 인원은 2개 이상의 제품을 맡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새 본부의 PM은 2개의 제품을 맡게 되었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튼 당장 PM을 더 뽑을 수는 없으니(그전에 개발자 채용이 더 급하다..)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제약 안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내야 한다. 새 본부에는 두 개의 제품이 있는데 제품A는 매달 정해진 날짜에 정기배포를 하고, 2월에 출시한 제품B는 초기 단계라 비정기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작업들을 그때그때 일정을 잡아 배포하고 있다. 여기서 2가지 문제가 있다.
문제 1. QA 담당자의 병목으로 인한 일정 딜레이
QA 담당자가 한 명이라 개발이 완료되어도 배포 일정이 밀리는 경우가 생겼다. QA 담당자는 제품A의 QA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사실상 QA 일정에 배포 일정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출시 후 빠르게 성장하는 제품의 개발 항목을 줄일 수는 없으니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채용인데, 아쉽게도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문제 2. 구체적이지 않은 기획과 요구사항
결론부터 말하면 다행히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제품B의 사업총괄은 B사업팀이 담당하고 있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필요한 기능과 개선사항이 많다. 그래서 나는 디자인 관련 요구사항만 맡고,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은 요구사항은 사업팀이 PM에게 직접 전달했었다. 하지만 사업팀은 Jira를 통해 스토리 티켓 형태로 요구사항을 작성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추상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능을 추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나 엣지 케이스에 대한 고려와 디테일한 기획이 부족해 PM이 여러 번 검토하고 수정해야 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PM은 제품A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디자인과 관련 없는 요구사항도 검토하면서 개발자가 이해하고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디자인 시스템 현황 관리와 프로세스 개선
올해 1월, 디자인 시스템에 다크 모드가 추가되면서 많은 변동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각 플랫폼(Android, iOS, Web)별로 디자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디자인 시스템 전담 팀이 따로 없고 플랫폼별 담당자들이 다른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하는데 변동이 많이 생기다 보니 개발 현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개발자들은 자주 바뀌는 디자인 때문에 개발한 지 얼마 안 된 컴포넌트가 금세 구버전이 되어버려 힘 빠지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플루언스에 개발 현황 문서를 만들고, 디자이너가 디자인 시스템 컴포넌트를 더 신중하고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다듬고 있다.
피드백은 신중하고 사려 깊게
피드백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며 나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주신 분도 있고, 조금 더 고민해보고 피드백을 주시겠다고 하신 분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 회사에서 같은 팀으로 함께 일한 기간이 가장 긴 동료 디자이너는 내가 드린 피드백에 대해 다소 아쉬웠던 부분을 이야기해주셨다. 피드백을 드린 지 약 한 달이 되는 시점에 그분이 느낀 불쾌함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고, 다시 보니 불쾌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많은 좋지 않은 피드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왜 이렇게 썼을까 후회되고 죄송한 마음이 컸다.
좋은 피드백은 상대가 가진 강점은 인정하고 칭찬하며 개선해야 할 행동은 바꿀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반면에 좋지 않은 피드백은 상처와 모멸감을 주거나 형식만 있고 막연해서 상대의 성장을 끌어올려주지 못하는 것이다.
내 피드백에는 그분의 강점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내용도 있었고, 개선했으면 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강점에 대한 인정과 칭찬이 개선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쿠션 역할로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선에 대한 내용은 그분이 이해하기 쉽게 특정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다 보니 길어졌는데 피드백 분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일부는 다소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되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함께한 후 피드백을 드린 것이 아니라 그분이 입사하고 거의 1년 6개월 만에 드린 피드백이다 보니 포괄적인 내용이 많았고,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피드백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드백은 주관적일 수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의 성장을 돕고 함께 더 잘하기 위한 피드백에는 객관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업무적 스킬에 대한 내용이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주관적인 피드백은 사람에 따라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이는 좋은 피드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그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피드백을 드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월의 도전
롱텀 두두 - 모든 목표 달성
도전 기록
3주 동안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
롱텀 두두는 3주 동안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비는 3만 원이고, 목표를 달성하면 1주에 1만 원씩 환급된다. 내가 세운 목표는 다음과 같다.
•
주 5회 출근길에 책 읽기 (총 2권: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Data-Driven UX)
•
주 3회 1시간 이상 포트폴리오 작업하기
•
주 3회 운동하기
목표를 일부러 살짝 타이트하게 잡았는데 생각보다 할만했고, 다른 분들이 목표 달성하는 걸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었다. 3주 차에는 생각보다 책 2권을 빨리 읽어버려서 느슨해질 뻔했으나 마지막 주차까지 모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집념으로 책을 한 권 더 읽었다. (다 읽진 못했다.)
3주가 꽤 빨리 지나간 것 같다. 혼자 했으면 느슨해졌을 텐데 인증하기 위해서라도 하게 되었고 다음에 또 참여하고 싶을 만큼 좋은 경험이었다. 누가 강요하거나 채찍질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는 건데도 동기부여가 되는 걸 보면 좋은 챌린지인 것 같다.
핵클 세미나
사용자 행동 데이터의 중요성과 활용 사례,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노하우 등 이론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핵클에서 주최한 세미나라 그런지 뒤로 갈수록 적극적으로 핵클 홍보를 하셨는데 원하는 데이터를 간단하게 추출할 수 있어서 우리 회사에도 도입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달에 진행하는 2회 차 세미나에서는 더 실무적인 내용을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세미나 내용 중 일부>
•
수집 가능한 행동 데이터: 페이지 방문 수, 스크롤, 스와이프, 버튼 클릭 등
•
설계에 앞서 알거나 준비해야 하는 것: 누가(고객 식별자), 언제(Timestamp), 어디서(Name or Label), 무엇을 했다(Action{+object})
•
선택적으로 남겨야 하는 사용자 데이터: Properties(name, dataType, validation)
•
표준화된 Naming Convention: action_{object}_{name}
•
엑셀이나 SQL을 사용하지 않고 분석하는 방법: 핵클을 사용하면 됨. (데이터 지옥에서 구원해줄 핵클)
스픽
불꽃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하고 있다. 빠른 실력 향상을 위해 난이도와 학습량을 높여보려고 노력 중이다.
3월의 독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철학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훑어줘서 철학 입문자에게 좋은 책인 것 같다. 이전에 피로사회를 읽어서 그런지 문체가 비교적 쉽게 느껴졌고, 약간의 위트도 가미되어 500쪽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각 챕터마다, 철학자마다 인상 깊은 내용이 많았지만 기억에 남는 내용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스토아학파의 이야기를 꼽겠다. (요약본)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우리는 외부의 목표를 내면의 목표로 바꿈으로써 실망의 공격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놓을 수 있다. 테니스 경기에서 이기려 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펼칠 것. 자기 소설이 출간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대신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진실한 소설을 쓸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바라지 말 것.
Data-Driven UX
뷰저블을 만든 회사에서 낸 책이다 보니 뒤로 갈수록 홍보성 내용이 있긴 했지만 데이터 분석 방법과 툴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시중에 앰플리튜트, 핵클, GA 등 다양한 데이터 분석 툴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기업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인 것 같다. (요약본)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세를 기르기 위해서는 자사 서비스를 둘러싼 사업, 마케팅 등 주변 부서의 업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디자이너라도 기본적인 수학 및 통계 지식을 다져두면 도움이 된다. 데이터 분석 능력은 이 기본기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 툴’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익히는 것이 첫걸음이다.
단순히 해당 데이터만 가지고 결과를 해석하면 수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함께 교차 분석하고, 데이터의 통계와 평균의 함정을 고려해 분석에 임해야 한다. 이처럼 통계와 평균의 함정을 내포할 수 있으므로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을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해서는 안 된다. 항상 의심하는 분석가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 없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왓챠와 넷플릭스에 있다. 그리고 난 영화를 좋아한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고,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할 거리를 얻기도 하며 웃음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만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서 대부분 왓챠나 넷플릭스를 통해서 보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은 1년 동안 손에 꼽는다. 그럼에도 영화관에 갈 때마다 영화관에는 항상 마블 영화 같은 상업영화만 있을까 하는 생각을 은근히 했었다. 막연하게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렇겠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이 책을 통해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요약본)
한 해에 개봉되는 영화의 90% 이상이 한국과 미국 영화인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그 외 수십 개국의 사회상과 문화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살아가고 있다.
3월의 음악
Sigrid - Sight Of You
백예린 - 너머 (The Other Side)
(여자) 아이들 - TOMBOY
(여자) 아이들 - ESCAPE
Sigrid의 'Sight Of You'는 VIBE의 추천 플레이리스트에서 듣게 된 노래인데 듣자마자 너무 내 취향이었다. 왠지 모르게 봄의 밝은 느낌이 드는데 지금 시즌에 딱 듣기 좋은 곡인 것 같다.
원래 아이돌 노래는 잘 안 들었는데 어쩌다 듣게 된 (여자) 아이들의 'TOMBOY'라는 곡에 빠졌다. 대중가요에서 '삐-' 소리를 들을 줄이야. 신선했다.
3월의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4.0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췄다. 비, 재즈, 뉴욕. 그리고 와이드한 구도와 특유의 영상미, 재즈 피아노 음악이 좋았다.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같이 여행 온 남자 친구를 두고 다른 남자들을 만나는 애슐리, 언니의 남자 친구였던 개츠비와 사랑에 빠지는 챈. 이것이 아메리카인가?
비포 선셋 ★3.5
영화의 대부분이 원테이크로 촬영된 것 같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데 두 주인공의 대화를 듣다 보면 어느새 빠져든다.
한 가지 욕구가 충족되면 또 다른 욕구가 날 괴롭히지. 욕구는 삶의 원동력 아닐까?
누구나 그래. 사람은 각자 어떤 성향이 있어. 세월이 흘러도 그건 변치 않지.
복권 당첨자와 벼락 맞은 사람을 비교해본 결과, 당한 행동은 극과 극인데 6개월이 지나자 양쪽 다 본래의 성격으로 돌아오더래.
명랑한 사람은 장애인이 되어도 여전히 명랑하게 살고, 꼬여있던 사람은 부자가 되어도 꼬여있다는 거지
미드나잇 인 파리 ★3.5
문학과 예술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다.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등 유명한 작가와 화가가 나오는데 중간중간 모르는 이름이 나오면 검색하면서 봤다.
파리에서 현학적 남자와 사랑에 빠진 이네즈와 파리와 사랑에 빠진 길. 우디 앨런 감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레이디 데이 인 뉴욕'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비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비를 좋아한다. 비 맞는 건 별로지만 비 내리는 날의 감성과 낭만이 좋다.
당신이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되는 거예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은 원래 그런 거니까.
나는 젖는 거 상관없어요. 사실 파리는 비올 때가 가장 아름답죠.
돈 룩 업 ★3.0
기대한 만큼 재밌진 않았다. 현실을 적절히 풍자한 블랙코미디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말 저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면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심각한 일에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다니.
벌써 1분기가 끝났다. 시간 참 빠르다. 시간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시간을 주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월말정산만 쓰다가 최근에는 디자인 시스템 구축기를 쓰고 있다. 아마 2~3편으로 나눠서 올리게 될 것 같은데 열심히 써봐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