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전문서적과는 다르게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정말 늑대가 나오는지, 이름이 타스케니까 일본 책인지 궁금했는데 정말 늑대가 나오지만 배경은 한국이고 늑대의 이름만 타스케일뿐이다. 이런 소설의 형태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고,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준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기획자나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말그대로 습관적 생각을 깨는 생각의 습관을 기르는 방법을 가상의 사례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좋은 내용이 너무 많지만 여기에는 평소 무엇이든 분석하려 하고 사람까지 분석하려 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문장을 공유한다.
전문가는 전문가일 뿐
타스케 팀장님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무시하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하시죠. 다만 그 전문가의 말이 전적으로 믿을 만해서가 아니라, 전문가로서 오랫동안 고민해온 의견이니까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는 거죠. 팀장님이 강조하는 건 권위 있는 전문가의 말이라고 무턱대고 믿지 말고 하나의 의견으로 생각하고 참고만 하는 사고방식이에요. 팀장님은 ‘배움’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계세요. 언젠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배운다는 것은 얌전히 앉아서 누가 가르쳐주는 것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야.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잘 어우러져 새로운 생각으로 빚어지는, 일종의 ‘생각의 삼투압' 과정이지. 그래서 그의 생각을 귀담아 잘 들어보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과 잘 견주어본 후, 그를 통해 자신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자신이 발견한 아이디어를 전문가에게 평가받는 경우에도 냉정한 자세를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가 높이 평가한다고 해서 크게 기뻐할 일도 아니고, 저평가한다고 낙담할 일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예측하므로 그 영역 안에서 그 아이디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쌓여온 지식만으로는 닿지 못하는 곳, 아직 해보지 않은 지식 이상의 가능성까지 판단하기란 전문가들에게도 무척 어려운 일. 아이디어는 상상의 영역인데, 상상력은 전문가들의 무기가 아니기 때문. 그래서 전문가일수록 자신이 가진 지식의 함정에 빠져 주어진 아이디어가 ‘어떤 점에서 힘들고, 어떤 점에서 불가능한지’ 그 한계를 보려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창조자들은 자신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통찰력은 타인의 의견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에 자신감을 가질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그럴 때 예전에 미처 가보지 않았던 방향으로 생각을 펼쳐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만났을 때 기꺼이 섞어볼 용기가 생기며, 그러다 자신의 생각보다 더 좋은 생각을 만나면 그때까지의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의 두 가지 성질
1.
새로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낡은 생각이 아이디어의 대접을 받는 경우는 없다. 아이디어는 과거로부터 오늘까지 이어져오던 것을 앞으로 어떻게 바꾸려 하는가 혹은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앞으로 어떤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디어는 태생적으로 변화를 품고 있고, 모든 변화는 그 자체로 새로움을 필요로 한다.
2.
공감
제아무리 새로운 생각이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기상천외하여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이디어로 인정받기 어렵다.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까닭은 그 새로운 생각이 극복해낸 ‘한계점’에 대해 사람들의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누군가 도심 지역의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도심의 모든 도로에 초록색을 칠하자는 의견을 제시한다면 오직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디어로 채택하긴 어려울 것이다. 매우 새롭기는 하지만 문제점과 해결 방안 사이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기 힘든 생각, 그래서 기존의 한계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공감할 수 없는 생각은 아이디어가 될 수 없다.
고정관념에 대한 고정관념
고정관념은 재해석의 여지도 없고 더 이상 다른 가능성조차 없어 보이는 일종의 ‘한계점 같은 생각', ‘생각의 한계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고정관념은 그만큼 큰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때 그 고정관념을 재해석하여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바나나는 노랗다'는 더 이상 다른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고정된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재해석이 더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고정관념을 어떻게 손쓸 방도가 없어 피해 다녀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에 관한 고정관념'일 뿐이다. 오히려 극복하기만 하면 보물로 변하는 ‘아름다운 한계점'으로 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고정관념으로 생각을 다루면 상상력이 멈추지만, 생각으로 고정관념을 다루면 상상력이 폭발할 수도 있다. 창의력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빛나는 아이디어의 싱싱한 재료가 될 수도 있다.
입체적 사고를 위한 생각 습관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신속하게 정의하고 단정지으려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단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누락하는 부분도 많아짐. 피사체가 보이자마자 사진을 찍어 폴더 속에 집어넣고는 좀처럼 꺼낼 일이 없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면으로 저장된 정보는 나중에 꺼내져 쓰일 일이 있을 때도 단면으로 쓰인다. 통찰력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각도의 문제. 결론적으로 정보를 다룰 땐 되도록 찬찬히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 보이는 정보 이면에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찾아가는 동안 생각의 각도가 열리기 때문.
상식의 한계 (코페르니쿠스의 진주)
회의를 하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들려온다면 그것을 흘려듣지 말고 오히려 그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이미 상식의 굴레를 벗어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훨씬 미래지향적일 가능성이 높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돈다고 했을 때 상식은 그것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그때의 상식은 죽고 그때의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지금 진리가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상식은 지금까지의 환경에서 생산된, 제한된 상상력의 산물일 뿐.
회의실에서 말이 안 된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쓰레기 같은 의견이 있다면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주워 담아야 한다. 그 몰상식한 이야기 속에 숨겨진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꼼꼼히 검토해보라. 새로운 아이디어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
회의 주재자를 위한 팁
회의 주재가가 가장 많이 떠든다거나, 참석자를 가르치고 훈계한다거나, 참석자 간의 이견에 개입하여 특정 의견을 옹호하거나 반박하는 식의 회의는 그 순간 이미 실패라고 봐야 한다. 회의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팀플레이다.
1.
오리엔테이션은 짧게
a.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 개요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경향이 있는데 객관적인 사실만 전달하고 끝내는 게 좋다.
b.
윗사람이 아이디어 발상의 전체적인 방향이나 한계, 틀 등을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설정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프로젝트 자체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아니라면 되도록 삼가야 한다.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판단이 뒤섞여 상상의 각도를 처음부터 제한할 수 있기 때문. 생각을 좁혀갈 필요가 있을 때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오리엔테이션은 생각을 펼치기 위한 자리.
2.
따로 또 같이
a.
지나치게 빈번한 회의는 생각할 시간을 뺏는다. 회의라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까닭은 다양한 각도의 생각을 각자 발전시켜보고 모여서 그 가능성을 함께 따져보기 위함.
b.
모여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생각들이 모여야 한다.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만나야 한다. 회의하느라 생각할 시간이 줄어든다면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될 수밖에 없다.
3.
자료보다 의견
a.
발표 자료는 의견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회의 시간에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지만 자료가 의견의 유통보다 중요해지는 회의는 문제. 자료는 회의 전에 각자의 ‘생각의 각도'로 충분히 검토하고 숙지한 상태여야 함. 회의 시간은 자료를 검토하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들이 오가는 자리.
4.
회의민주주의
a.
회의 주재자는 평등한 시선을 가져야 하고, 참여자들이 그러한 관점을 느낄 수 있어야 함.
b.
누군가의 발언이 지나치게 길어나 잦은 경우 적절히 통제할 줄도 알아야 함. 소수에 의해 회의가 끌려가면 또 다른 가능 성을 검토할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
회의 참석자를 위한 팁
1.
자기 의견
a.
참석 전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어야 함. ‘생각의 삼투압'이 이뤄질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
b.
자신의 생각이 없는 상태로 참석한 회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2.
입은 짧게, 귀는 길게
a.
토론 시간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과 의견을 상대에게 설득하고 관철하는 시간이 아니라 목표 달성 방안, 문제 해결 방안 등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 검토하고 발전시켜온 생각의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
b.
설득보다 되도록 간명하게 ‘이해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함.
3.
메모보다는 메모리
a.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메모를 하면서 상대방의 생각을 ‘단면화'하는 것보다 그 생각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 좋다.
b.
질문을 하며 그 생각의 궤적을 좇고, 나의 의견과 생각이 갈라지는 부분을 찾으면 그때 그 지점을 기억하라. 그러기 위해 필요하면 메모를 해도 좋다. 그렇지 않고 회의 시작과 함께 당연하다는 듯 메모를 시작하면 상대방의 생각들이 어느새 글자로 박제될 가능성이 있다. 메모를 하느라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기회고 잃는다.
숨은 문제 찾기
여러 요인들의 복잡한 실타래 속에서 정확하게 ‘문제'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하나의 이슈를 바라보는 입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
결과: 문제에서 비롯되어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 그 자체를 의미
•
사실: 그런 결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치는 환경
•
문제: 결과의 직접적 원인인 동시에 해결해야 할 본질적 과제
사실과 문제는 실제 비즈니스나 기획의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혼동되는 요소이다. 문제와 마찬가지로 사실 또한 결과의 발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결과의 원인으로 오인되기 쉽고, 그로 인해 사실을 문제로 착각하기도 쉬워진다. 하지만 사실은 결과 발현에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며, 이미 발생한 통제 불가능한 요소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없다.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해결할 수 없다는 이미 그 자체로 문제로 볼 수 없다.
숫자의 성질
숫자는 숫자로 명시된 사실 이면의 맥락을 삭제하고 ‘단면화’하려는 성질이 있다. 여러분이 잘 모르는 지역으로 출장을 떠나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우리는 더 맛있는 집을 찾고 싶다. 들어선 골목에 좌우로 비슷한 크기의 한식집이 하나씩 있다. 좌측에는 손님이 15명으로 한 테이블만 남았고, 우측에는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2명 있다. 숫자로만 보면 좌측 집이 더 인기가 많다. 같은 메뉴, 같은 가격대라면 맛있는 집에 손님이 더 몰린다는 기존 정보를 활용해 숫자는 좌측 집을 추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추천이 만족스러우리라는 보장은 없다. 좌측 손님 15명이 점심시간에 쫓겨 맛보다는 음식이 빨리 나오는 것을 선택 기준으로 삼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면의 사실을 확인해보기 전까지 숫자는 그 맥락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해주지 않는다.
숫자를 통해 우리는 분리된 사실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추정할 수 있을 뿐 ‘인과관계'까지 알아낼 수는 없다. 숫자는 표정이다. 마음은 알 수 없다. 숫자는 상징이다. 내용은 알 수 없다.
사람에 대한 분석이 아닌 이해
김 대리, 사람을 분석하려 하지 말게. 사람은 분석할 수도 없고 분석할 의미도 없지. 사람을 분석하는 일은 외계인 아니면 나 같은 늑대나 할 짓이야. 사람인 자네에게 사람은 분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네. 자네에게 사람은 이해의 대상이어야 해. 분석이란 그 자체로 자신과 대상의 다름을 전제할 수밖에 없어. 반대로 이해는 서로의 일치를 전제하게 되지. 사람의 마음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분석 따위로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냐. 오직 이해를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거라네.
에필로그
새로운 사고방식을 구축하려면 지금까지의 습관이 만든 생각, 즉 ‘습관의 생각'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습관의 생각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습관의 생각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끈질기게 행하는 것이다. 습관의 생각은 생각을 귀찮아한다. 저번에 생각했던 것은 저번에 생각했던 방식으로 되도록 간단하게 마무리하려고 한다. 습관의 생각은 생각의 갱신을 피하려 하고 한 번 저장된 정보를 의심하려 하지 않는다.
몇 번의 생각으로 ‘습관의 생각’이 사라질 리 없다. 습관이 될 정도로 꾸준히 생각해야 겨우 조금씩 바뀐다. 자각하기 힘든 수준의 변화가 이어지다가 어느 지점에서 희미하게나마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떄가 질적인 변화의 첫걸음이다. 상당히 많은 양적인 변화를 전제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계속 생각해야 한다. 생각이 생각을 바꾸고 생각이 생각을 키운다. 자기 자신의 사고력을 끝까지 믿는 게 중요하다. 끝내 성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