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은 현상을 향해야 한다.
피드백은 현상이나 사건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향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코딩 작업을 했는데 그 코드를 만드는 작업의 방향에 문제가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분명히 현상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그 현상에 대한 해석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그 사람을 비난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사람에게 개선을 종용하기도 한다. 확실한 건 우리는 모두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동료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비난 받는 순간 그 시점부터는 조직에 대한 애정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존, 이번에 작업한 프로젝트는 왜 그런 식으로 작업했나요?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요
위 예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누군가는 단순히 피드백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은 공격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글에는 사람도 있고 현상도 있지만 개선을 위한 피드백이 없다. 그래서 이 피드백은 현상에 대한 개선을 기대하는 피드백이라 하기 어렵고 사람 자체를 비난하는 피드백에 가까워진다.
존, 이번에 작업하시느라 고생했어요. 이번에 작업하셨을 때 XX 방식으로 하셨는데 혹시 XX 방식을 도입하신 이유에 대해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작업 내용을 뒤늦게 봤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AA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돼서요. 제가 놓친 내용이 있을까 하여 말씀드립니다.
이 예시는 문장이 훨씬 길어졌지만 어떤 내용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지, 자기가 생각하는 작업 방식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예시는 적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에 대한 이야기는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아예 현상에만 집중한다고 하면 조금 더 사람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번에 작업한 AA 방식을 BB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같이 토론해보고 개선점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작업한 AA 방식을 BB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AA 방식은 이런 점이 장점이지만 이런 점이 단점이고, BB 방식은 그 반대인데 현재 저희 상황에선 BB가 더 좋은 듯합니다.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면 문서로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개선점을 해당 미팅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이렇게 해도 결국 작업한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피드백을 주고받는 이유는 그게 더 좋은 방향이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걸로 끝나면 안 되고, 나쁜 게 나쁜 걸로 끝나면 안 된다.
건강한 피드백에는 신뢰가 밑받침되어야 한다.
건강한 피드백은 언제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동료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기도 하고 작업자에 대한 신뢰, 그리고 작업 지시자에 대한 신뢰 등 다양한 면에서의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는 절대 나 혼자 얻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슬픈 면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얻고자 하는 노력은 지속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상처받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신뢰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리라.
불신에 대해
나는 적어도 사람에 대해 무한 신뢰를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사람이 제대로 일하기 시작한다면 무한 신뢰를 주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신뢰가 주는 무게에 대해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불신은 편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감을 주고 마지막에는 모두가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당장의 해결책으로서는 사용할 만하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으로는 가져가기 어렵다. 그래서 당신이 아무리 사회에서 깎이고 깎였더라도 사람을 믿으려는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
신뢰란 무엇인가?
나는 신뢰란 사회가 약속하는 무형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건 의외로 굉장히 높은 수준의 안정감을 주는데 그럼에도 사회 전체에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신뢰 관계를 반드시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주변 사람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높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신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읽었던 책에서 신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 약한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신뢰란 그렇게 내가 약한 부분을 공유하고도 그 관계가 유지될 거라 확신할 수 있는 관계이다.
조직의 건강도는 건강한 피드백으로 시작한다.
만약 사람들이 서로 건강한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지 못하다면 조직이 곪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야기했듯 건강한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조직 구성원이 서로 신뢰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에서 건강한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지 못하고 있다면 그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더 넓은 범위, 그러니까 조직 차원에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설령 그게 완벽히 개인의 문제라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