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상황에서 디자이너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견디는 게 답일까? 아니면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고 하라는 대로 해야 할까? 내 경험으로 비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의 대부분은 스스로 공부하며 작업하는 자기 동력이 강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쌓아놓은 브랜딩 혹은 디자인 시스템이 회사의 일방적인 방향에 맞춰 전체적으로 갈아 엎어진다고 생각했을 때 오는 좌절감과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인 것이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하라는 사수가 있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고 주어진 일을 쳐내기 급급하다. 그저 견디고 힘을 내어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이런 정신적인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나는 완벽함을 빼라고 제안하고 싶다.
지금 내 눈에 완벽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 그때의 디자인을 다시 마주했을 때 부족한 부분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즉, 현재도 완벽하지 않으니 너무 완벽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다시 Agile의 방법론을 받아들이면, 빠르게 완료한 1차 작업물을 테스트하고 다시 수정하여 한 번 더 테스트하고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게 시장 흐름과 비즈니스 흐름에 가장 적절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시기와 타이밍을 놓쳐 오히려 세상 밖에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디자이너의 중심
디자인이 타 업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모두가 시각적으로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고 주관적인 코멘트를 달 수 있는 점이다.
여기서 가장 많이들 하는 실수는 '오 이거 괜찮다' 또는 '아 이거 좀만 더 이렇게 변형하면 괜찮겠는데?'와 같은 지나가듯 쏟아내는 주관적인 견해들이다.
몇 시간을 언제 솟아날지 모르는 소름 돋는 아이디어를 위해 똥 같은 작업물을 만들고 그 똥을 치우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며 고민을 거듭하던 디자이너에겐 맥 빠지는 또는 알지도 못하면서 또?라는 배타적인 마음만 들게 할 뿐 그 모든 코멘트를 수용한 디자인은 나중에 산으로 으쌰 으쌰 올라가 결과물은 처참하고 비참해질 뿐이다.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 내가 만들어낸 모든 장치들이 나중에는 내 디자인의 중심이 되고, 다른 코멘트들이 비수처럼 날아왔을 때 잘 방어된 성벽처럼 그들의 힘없는 코멘트들을 간단하게 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전달하는 언어 능력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