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내가 나의 약점을 아무리 감춰도 남들은 다 안다는 사실을 말이야. 나만 그것을 모르고 남들이 못 본다고 생각하는 거야. 약점은 감출수록 더 잘 보여. 그때 나는 알았어. 내가 나의 약점을 솔직히 꺼내놓을 때 그것이 힘이 된다는 것을. 남들이 다 아는 나의 연약함을 애써 가리며 사는 삶보다 편하게 인정하고 내비치며 사는 삶에 자유로운 힘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너무 늦지 않게 알아서 다행이자 기적이자 행운이지. 그 후로 나는 떨리면 떨린다고 말하고 어색하면 어색하다고 말하면서 내 속 깊은 연약함을 아직 닫히지 않은 갑피의 빈틈으로 서서히 꺼내는 법을 깨우쳤어. 멋진 갑피의 완벽하고 번드르르한 외연을 싫어하는 건 아니야. 나도 폼나고 근사해 보이는 게 좋아. 그런데 그게 좀 갑갑하잖아. 빈틈을 만들면 숨 쉬고 살 수 있어.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세상에 들어와 있다고 믿어. 하지만 그들이 조금씩 지루해하는 기미가 보이면 기존 것과 다른 것이 느껴지도록 장치를 만들어야 해. 스타일이 그런 역할을 하곤 하지. 엉뚱하게 배치하거나 약간 어려운 퍼즐 같은 의뭉스러운 기호나 상징을 넣거나, 또는 이해하지 못할 텍스트를 넣어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을 만들면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고 싶어 해. 그래서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을 만들면서 동시에 이해가 되는 것처럼 만들어 쾌감을 주는 거야. 사람들은 별것 아니라도 뭔가를 알아챘을 때 자신이 똑똑해진다는 느낌을 좋아하거든. 그래서 가령 브랜드 로고를 사용하여 화면을 만들 때는 보는 사람이 예상대로 움직이게끔 친절하고 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 디자이너의 계획하에 따라간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플레이하고 해석했다고 믿는 거지. 유명 브랜드일수록 실험적인 것이 잘 먹히고 신생 브랜드는 감히 그런 걸 따라 하다가 망하지. 대중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완전히 새로운 것을 원하지는 않아. 처음 보는 새로운 것은 불편하고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들거든.
창의성 개발 방법
1.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2.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오래 할 수는 없어요. 오래 해야 전문가가 되거든요. 깊은 훈련과 생각 안에서 나오는 생각은 혁신을 이끕니다.
3.
자신과 관련 없는 분야를 경험하는 것이지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라’라는 의미입니다.
4.
멍 때리기를 해보는 것입니다. 창의성은 억지로 막 뭔가를 한다고 커지는 게 아니거든요. ‘잘 놀거나 잘 쉬어라.’ 그런 뜻입니다.
5.
아주 철학적인 이야기이자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어려운 일인데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멋진 말들의 속성
멋진 말들은 세상에 가득하고 흔하지. 화장실에도, 건물 앞 현판에도, 아버지가 카톡으로 보내주는 이미지에도, 베스트셀러 띠지에도 그런 말들은 넘쳐흘러. 하지만 그런 말들은 피부에 와닿아 내 세포를 깨워 의지와 케미를 만든 후 행동으로 발현되지 않는 한, 공허한 텍스트일 뿐이야. 크게 쓰고 크게 외친다고 잘 들리는 건 아니야. 오히려 지나가다가 무심코 귓가에 나지막이 닿은 말이 더 잘 들리잖아. 멋진 말은 유려하게 빛나지만 행동을 이끌지 못하면 공허하기 짝이 없지. 허무한 형식미만 뽐낼 뿐인 거야.
조직 문화의 구조
좋은 공기를 마셔본 사람은 자신과 같은 공기를 내뿜는 사람을 잘 알아봐. 눈빛이 다르거든. 아무리 구린 공기가 가득한 조직에 들어가도 기죽지 않고 공기청정기 같은 자유로운 숨을 내뿜는 사람들이 어딜 가나 조금씩 있어. 가끔 그들은 위험에 처하지만, 그들 덕에 누군가는 사는 것 같아.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공기의 진원지인 리더들을 잘 살펴보길 바라.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이 조직의 위에 올라가면 내가 내뿜는 공기의 무게와 맑기를 꼭 알아내길 바라. 위로 올라갈수록 듣는 통로는 좁아지고 말해주는 이도 사라지니 함정을 잘 피해 다니길 바라. 누군가는 내가 내쉰 공기를 ‘킁킁’ 맡으면서 나와 같은 숨을 쉴 테니, 숨을 잘 내쉬면서 일하길 바라. 공기 반, ‘넵’ 소리 반, 노래를 부르며 일하길 바라.
이런 조직의 구성원은 회의하거나 메신저로 이야기할 때 스스럼없이 자기 의견을 말하지. 상사가 있거나 없거나 눈치를 보지 않아.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 다들 자기 의견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니 조직의 공기가 맑지.
이런 조직을 만든 몇 가지 규칙이 있어. 단체 톡할 때 리더를 뺀 단체방을 절대 만들지 않는다. (리더 없는 단체방의 분위기가 어떤지 알지?) 단체방에서 나눌 수 없는 이야기는 다른 방에서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말을 했을 때 재빠르게 반응한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모티콘이나 ‘ㅋㅋㅋ’ ‘와우’ ‘어머’ 등의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면 적막해지고 진공 상태의 어색한 공기가 사람을 굳게 만들기 때문이야. 누군가의 말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결된 대화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돼. 하찮은 이야기나 시답지 않은 의견에도 ‘ㅋㅋ’를 잽싸게 날리는 거지. 두 자음 ‘ㅋㅋ’은 ‘네 이야기 잘 들었어, 너를 존중해’라는 관대한 기운을 뿜어주는 언어거든. 상대의 반응을 먹고 마시며 우리는 조그마한 용기를 키우게 돼. 박수 부대는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반응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꽤 건강한 창의적인 인간이 될지도 몰라.
한 명의 훌륭한 크리에이터가 다수의 제너럴리스트를 계몽하고 이끌면서 창의 조직을 만들 수도 있지만, 다수의 제너럴리스트가 모여 서로 기운을 북돋우면서 창의 조직을 만들 수도 있어. 다만 끊임없이 규칙을 지키고 보살펴야 겨우 창의 조직을 유지할 수 있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무반응으로 먹먹한 공기를 만든다거나, 여럿이 보는 앞에서 누군가를 꼭 집어 훈계하면 창의 공기로 가득했던 숲은 가루처럼 바스러지거든. 내가 많이 망가뜨려서 잘 알아.
‘집단 창작 시스템’이라 부르는 창의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Tip 몇 가지
처음 보는 것의 두려움
거창한 이력 소개는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남지 않잖아. 작은 하나라도 또렷하게 드러내야 타인의 기억에 겨우 남을 수 있지. 그것이 자기 존재를 소개하고 타인을 초대하는 문손잡이가 아닐까?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인사하고 표면적인 경력을 자기 자신의 전부인 양 말하다 보면 그 점이 그 점일 뿐, 멀리서 보면 자기 자랑하는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보이잖아. 자기소개를 하는 순간마다 매번 똑같이 하지 않는다면, 더 작고 선명한 이야기를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계속 큰 문을 열어젖힐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뭔가를 봤을 때 이상하다고 느끼는 건 그동안 자신이 겪은 경험을 판단의 기준과 잣대로 삼아서 그래. 그래서 견문이 좁은 이는 더 이상하게 느끼고, 견문이 넓은 이는 상대적으로 덜 이상하다고 느끼지. 세상 곳곳을 이리저리 뒤져보면 다양하고 괴상한 것들이 공존하고 낯선 것들이 참으로 많아. 그런 것들이 시간을 잘 견디면 어느샌가 우리에게 익숙한 그 무엇이 되어서 결국 아무렇지 않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