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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uthor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Fin
2023/10/12
Rate
★★★★
Status
✔️ 완독
2 more properties
비관적인 내용과 다르게 의외로 어린 시절 부유하게 살았다는 것이 반전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마냥 놀지 않고 사색했다는 것은 또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기도 하다. 결국 철학자가 될 사람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쇼펜하우어는 매우 비관적인 태도로 보이지만 현실을 적나라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다만 비관적인 태도에 비해 어투는 생각보다 날카롭거나 강하지 않고 담백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편역자의 역할도 큰 것 같다.
본인도 10대 시절 사람과 돈에 대한 사건을 지켜보며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기 시작해서 쇼펜하우어의 비관적인 철학이 비교적 쉽게 와닿았고 이해가 잘 된 것 같다. 오히려 좋은 얘기만 하는 책보다 나은 듯했다.
철학이 재미있는 이유는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딱히 답을 내릴 수 없었던 고민에 대한 답을 얻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스스로를 사색하지 않는 자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수정하는 능력과 용기는 주어지지 않는 법이다.

나만 힘들고, 나만 피곤하고, 나만 희생당한다는 착각

현대의 우울함이 두려운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울의 덫에 빠져도 육체적으로는 힘든 일이 없다. 기술이 문명을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울을 핑계로 얼마든지 나태해져도 그 게으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 우울하다는 변명으로 얼마든지 무감각해지는 것도 가능하다. 기분이 우울해서 타인의 고통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한마디 툭 던짐으로써 간편하게 면죄부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함에 취해 있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판단력이 흐려질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불감증이며, 이 단계에서는 사회적 인습 전반에 무기력해져 자기 생각과 감정만이 유일하게 옳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누구나 자신의 산에 오르기를 꿈꾼다

등산의 기쁨은 정상을 정복했을 때일 것이다. 그러나 최상의 기쁨은 험준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할수록 가슴이 설렌다. 인생에서 고난이 사라졌다고 생각해보라. 그보다 삭막할 수는 없으리라. 우리는 젊은 날에 산을 올라야 한다. 젊음은 그 자체가 거대한 산이기도 하다. 그 산이 평지가 되기 전에 최선을 다해 올라야 한다. 젊은 시절에 자신의 산을 오른 자는 늙어서 산의 풍성함을 맛보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산에 오르기를 꿈꾼다. 어떤 사람은 그 열망이 지나쳐 병이 되기도 한다. 산을 오르기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지 올바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실패하기도 한다.

우리가 사소한 일에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 고통받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소한 일에서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 서 고통받기 때문이며, 신을 안다고 말하는 자 중에 신을 사 랑하는 자가 극히 적은 이유는 형식과 진실의 거리가 비교도 안 될 만큼 멀기 때문이다. 행복을 손에 넣고 싶다면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 이외의 다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나 혼자만을 위한 행복은 원하지 않 는다. 우리는 타인의 행복, 인류의 진보, 문명과 예술의 발전 을 위해 헌신한다고. 모두 거짓말이다. 그들의 수고는 개인 의 야심을 채우기 위한 지극히 사적인 노력이다.
행복은 수단을 통해 달성되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향해 의지의 실천을 했을 때 길의 중간에서 우연찮게 얻은 물 한모금 같은 것이다. 깃발이 꽂혀 있는 종점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 그 깃발을 손에 넣기 위해 어디선가,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실천하고 있다면, 그의 삶은 진정한 행복을 만끽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행복이란 단어를 제거하면 행복할 수 있다

인생은 불행해지기는 쉬워도 행복해지기는 어렵다.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위선도 아니고 절망도 아니다.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그 선택이 지혜의 시작이다.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떤 상태가 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다. 크게 실패해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크게 성공해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게, 사실 크게 휘둘릴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반성하고 있다는 것은,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고 있다는 것은, 자신을 한심스레 여기고 있으며, 타인을 증오하는 중이고, 영혼과 육신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이럴 땐 그저 쉬는 게 최선이다.
반성은 자기혐오다. 자기 자신이 하찮게 느껴질 때 인간은 뭔가 반성할만한 건수가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뭘 해도 기운이 나지 않을 때 인간은 무턱대고 반성하며 자아를 성찰한다. 그럴 바에야 아무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드는 편이 낫다.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도박도, 기도도, 명상도 도움이 안 된다. 여행도 도움이 안 되고, 술을 먹어봐야 자기혐오만 짙어질 뿐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자기혐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혐오스러운 오늘로부터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괴롭다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새로운 시작을 펼쳐 나가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나’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

우리가 인간 상호 간의 관계 맺기에 서투른 까닭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거나, 심술을 부리거나, 교만하거나, 질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내 고집만 부리는 원인은, 나보다 훌륭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를 시기하고 어떻게든 깎아 내리려고 고집을 피우는 원인은, 자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시선으로 나를 보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나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의식이 결여되었다는 것은 나와 나의 관계가 온전히 성립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와 나의 관계도 온전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온전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며, 허영이며, 교만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나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려는 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다.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사람들도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불행이 터졌을 때보다 불행이 지나간 후가 더 중요하다

이것은 아주 중대한 원칙이다. 불행이 터졌을 때보다 불행이 지나간 후가 더 중요하다. 그 일이 벌어지지 않았기를 기대해봐야 소용없다. 불행의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태만이나 무모함, 불성실을 후회하기에도 늦었다. 불행은 그 자체로 징계다. 불행이 이미 지나갔는데 자기 징계를 반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불행을 불러오는 비극이 된다. 명백히 저지른 실수에 대해 변명하거나 축소하거나 미화할 필요는 없다. 깨끗이 인정하고 징계를 받고 우연히 생긴 비극으로 인생의 페이지에 적어둔 뒤 책장을 덮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고독’과 ‘권태’는 나의 말이 되었다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삶은 기껏해야 두 종류뿐이다. 권태에 시달리든지,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다. 권태도 반복되다 보면 고통이 되고, 잦은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무감각한 권태가 된다. 어차피 인간은 권태로운 존재다. 우리가 기쁨보다 고통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처음에는 괴롭겠지만, 언젠가는 기쁨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단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런 단계에 도달하면 인생은 더는 고통스럽지도, 권태롭지도 않은 평범한 그 자체가 된다. 그것으로 고난은 끝이다.
고통과 권태에 대한 두려움은 믿음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지밖에 없다. 인생이 두려운 까닭은 나의 의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고, 사람이 두려운 까닭은 그의 의지가 나를 지배하게 되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의지를 믿기만 한다면 인생은 두려울 이유가 없다. 상대방의 의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의 말과 행동에서 내가 고통받을 이유가 없다.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두려움은 치유해야 할 질병이다. 이것은 감기와 같다. 감기에는 특별한 약이 없다. 내 몸의 항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감기에 대항하는 유일한 처방이다. 두려움도 특별한 처방이 있거나, 효과가 뛰어난 약을 먹는다고 해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의지가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오직 질문을 통해서만 성장한다

고달프고 덧없는 인생이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날마다 우리는 질문한다. 인간은 질문을 통해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 그 속에서 얻어지는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 철학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와 그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그 전에 궁극적인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묻고 답을 내리는 모든 행위가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