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옥에 이르는 길은 부사로 포장되어 있다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adverbs'
공포 소설의 대가 스티브 킹이 작가 지망생을 위해 쓴 말이다. 글쓰기에서 부사는 군더더기니 모조리 걷어내라는 것이다. 이는 말하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에서 '너무'는 습관처럼 사용되는 부사 중 하나다. '이 음식 너무 맛있다', '이 음악 너무 좋다'.
사실 너무에는 '지나치다'는 부정적 어감이 포함되어있다. 이 경우 '정말'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부사를 빼도 의미 전달에는 문제가 없다. 디자이너의 말 그릇을 위해 첫 번째 할 일은 '너무', '매우', '우아한' 같은 형용사와 부사를 일상에서 추방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어와 서술어 간격이 더 붙게 되고 말에 강한 힘이 실린다.
불필요한 부사와 형용사를 삭제한다.
2. 침묵이라는 언어
하라 켄야는 <디자인의 디자인>에서 공백이 텅 빔이 아닌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시각물의 공백은 말하기의 침묵에 해당한다. 대화 전 침묵은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한 시간이고, 대화 후 침묵은 앞에 있는 사람을 배려한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말하기 전후에 2초 정도를 할애하라고 한다. 끊기지 않는 말하기가 좋은 화법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 주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서 연설 중 갑자기 말을 멈췄다. 침묵이 흘렀다. 10초 뒤 그는 오른편 사람들을 보았다. 20초 뒤 길게 숨을 내쉬었다. 총 51초의 힘겨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 각 언론은 최고의 연설이라 찬사를 보냈다. 긴 침묵 속에는 언어로 닿을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침묵은 말하기의 상대적 개념이 아닌 말하기의 한 형태다.
3. 설득을 위한 듣기
설득을 위한 이상적 비율은 3:7이라고 한다. 3은 말하기다. 말의 양과 설득력이 비례하지 않는 셈이다.
1.
말하는 비중을 줄이면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 이는 말실수 감소로 연결된다.
2.
많은 말의 비율로 화자가 대화를 지배하고 있다는 마음을 주는 것이다. 잘 듣는 사람 앞의 화자는 '저 사람은 내 말을 경청해주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이는 들어주는 이에 대한 호감도 상승으로 연결된다.
만약 주위에 사람이 없다면 대화를 폭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평소 대화를 상기하고 듣기와 말하기 비율을 주기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4. 적, 성, 화의 유혹
발전적, 적합성, 현실화 등이 해당된다. 자주 사용하면 언어에서 권위가 느껴져 대화가 경직되기 쉽다. 좋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결된다.
디자인과 관련된 많은 언어가 접미사로 이루어져 있다. '가독성', '심미성', '개념적', '차별화'. 같은 직종 간 대화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디자인에 이해가 적은 사람과 대화할 때 발생한다. 불필요한 접미사를 남발한다면 상대가 대화에서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적, 성, 화에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어감이 숨어있으니 빈도를 줄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현실화, 발전적에서 접미어를 삭제했다.
5. 엘리베이터 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사람이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15초 정도만 집중한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상대 이목을 끌지 못하면 설득이 힘들어진다. 처음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초두효과(Primacy Effect)'라고 말한다. 사람은 듣기에 관해서만큼은 지독한 구두쇠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15초 안에 상대를 주목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결론부터 말하는 편이 낫다. '전결형 화법'이라고 한다. 타인의 욕망을 미리 파악해 둔다면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목적은 매출인 경우가 많다.
초두효과를 꼭 언어에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할 때 말보다 한 장의 강렬한 이미지가 좋다.
6.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데이터를 다루는 디자이너의 경우 불필요한 가정은 독이 된다. 이 경우 오컴의 면도날이 도움을 준다. '단순성의 원칙'이라고도 하는 이 개념은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보가 제한적일 경우 불필요한 가정을 최대한 줄인다.
7. 내 욕망에 솔직하기
반대 의견을 내는데 소극적 경향이 있다. 상대 마음이 상할 수 있다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견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애매한 태도가 업무 시 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타인은 대체로 내 의도 파악에 능숙하지 못하다. 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보여도 관심은 딴 데 가있을 확률이 높다. 의도가 불명확한 말하기는 상대를 더 미궁 속에 빠트린다. 핵심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대화 중 내가 얻고 싶은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8. 감정 쿠션
논리는 뛰어나지만 타인의 자존감을 자주 떨어뜨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는 오래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배려 없이 전달된 정보는 마음 속 스팸함에 도착할 것이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루 이틀 보고 말 관계가 아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무작정 논리만 펼쳐서는 곤란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감정 쿠션'이 있다. 곧바로 차가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자원을 먼저 활용하는 것이다. 이때 상대에 관해 미리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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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돈님 어제 결혼기념일 잘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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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님 식단을 키토식으로 바꾼지 꽤 되셨는데 효과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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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영님 스키장은 재미있으셨어요?
만약 정보가 제한적이라면 오늘 입은 옷에 대한 칭찬도 좋다. 그마저도 없다면 날씨 이야기라도 하자. 감정 쿠션이 담기면 정보에 논리만으로 닿을 수 없는 신뢰도가 생긴다. 그런 정보는 스팸함으로 가지 않는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9. 나 전달(i-message) 화법
회사에서 누군가 내게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 쉽다. '김대리, 왜 일을 그렇게 엉망으로 처리했어!' 애써 쌓아 온 유대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다. 이를 '너 전달 화법'이라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누가 내게 실수를 저질렀을 때 말하는 순서를 다음과 같이 배치하라고 조언한다.
1.
상대 잘못 말하기
2.
나에게 끼친 영향 말하기
3.
내 기분 말하기
'나 전달 화법'의 장점은 상대 잘못을 지적하는 동시에 존중도 내비치는 효과가 있다. 우아하게 화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