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7월의 회사
디자인 시스템 플래닝
나는 현재 파트너센터라는 셀러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B2B 조직에 속해있고, 이 파트너센터의 디자인 시스템을 담당하게 되었다. 기존에 디자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있긴 했지만 누군가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함께 관리하다보니 컴포넌트만 나열되어있는 정도로 정리가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때문에 특히 신규입사자들은 컴포넌트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화면을 설계하는 데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디자인 시스템을 어떻게 정리하고 구축해나갈지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디자인 시스템의 컴포넌트들을 정리하는 것이었고, 개발자와 소통을 통해 실제 프로덕트에 반영되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했다. 낯선 프로덕트와 디자인 시스템을 이해하고 히스토리를 파악해야 하므로 컴포넌트를 정리하는 데에만 약 두 달 정도를 잡았고, 올해 안에 디자인 시스템 1.0 버전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에 쉽지 않을 거라 예상되지만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달라진 생활 패턴
이전 회사는 집에서 가까운 편이라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가서 출퇴근이 편했다. 하지만 새 회사는 삼성역에 있어 기존보다 약 30분 이상 더 소요되고, 환승도 두 번 해야 하는데 사람이 많은 7호선과 2호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출근길 혼란을 피하기 위해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집에서 나온다.
다행히 현재 회사는 재택근무가 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무실 출근을 선호하기도 하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갔으니 적어도 한 달 동안은 사무실 출근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첫 일주일은 나름 괜찮았는데 2주가 지나면서 재택근무의 빈도가 점점 늘었다. 일단 팀원들이 거의 재택근무만 하기도 하고, 기상시간이 앞당겨지고 출근길이 힘들어지다보니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재택의 편안함에 맛을 들여버린 것이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거의 일주일 내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조금 답답한 감도 있지만 하루 왕복 약 2시간 30분의 출퇴근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메리트로 다가온다. 사무실은 명함이나 장비 수령 등 출근이 불가피한 경우나 점심 약속이 있을 때만 나간다.
7월의 여행
부산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 여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고 코로나 문제도 있어서 여행을 잘 가지 않았는데 기회가 생겨 가게 되었다. 손에 꼽는 여행 경험이지만 해외도 나갔다오면서 몸이 안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번 여행은 가기 직전에 배탈과 모르고 마신 클렌징 주스 콤보로 최악의 몸 상태로 하게 되어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바다도 보고 좋은 여행이었다.
7월의 건강
배탈 난 상태로 뭔지도 모르고 마셔버린 클렌징 주스
7월 20일 수요일 아침,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에 다녀왔다. 아침인데도 꽤 더워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풍기를 쐬며 프라푸치노를 마셨다. 이후 가볍게 운동을 했고 점심쯤 되더니 갑자기 몸살 기운이 몰려왔다. 운동을 잘못했나 생각했지만 약한 강도로 했기 때문에 이유를 모르고 하루가 지나갔다. 속이 약간 좋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 누군가 무료나눔한 클렌징 주스(이때는 그냥 탄수화물 흡수를 억제하는 가르니시아인줄만 알았다.) 2개 중 하나를 마셨다. 그게 클렌징 주스인지 몰랐고, 클렌징 주스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날 저녁, 나는 여전히 가벼운 배탈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산으로 떠나는 금요일 아침, 이때까지도 클렌징 주스가 뭔지 몰랐던 나는 프로틴 바와 클렌징 주스를 먹었다. 엊그제 난 배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인지 화장실을 몇 번 갔고, 약 3시간 뒤 KTX를 탔다. 지금 생각해보면 KTX에서 멀쩡했던 게 정말 다행이다. 컨디션이 평소보다 좋지 않았지만 그냥저냥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무사히 부산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조금 쉬다가 벡스코에서 맥주를 한 잔 마신 후 두통이 시작됐고, 점점 심해졌다. 결국 약국에 가서 약을 사고 본죽에서 죽을 사와서 먹으니 속은 좀 나아졌다. 하지만 다음 날 온몸에 마치 모기에 물린 것 같은 두드러기가 났고, 피부과에 가서 약을 받아 먹으니 조금 나아졌다. 여행 다닐 때 몸에 이상이 생기는 편은 아닌데, 하필 여행 갈 때 배탈이 나서 고생을 했고 일요일에는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그 뒤로도 약 일주일 동안 몸살난 것처럼 몸이 아파 일도 제대로 못하고 고생했다.
이번 일을 통해 배운 것은 누가 공짜로 나눠준다고 무작정 먹고보면 안 된다는 것(물론 감사하지만 그게 뭔지는 알고 먹자)과 배의 겉과 속을 차갑게 하면 배탈이 나고, 이 배탈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7월의 독서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서른 살은 아니지만 생각이 많은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바로 구매해 읽었다. 이른 나이에 일을 시작해 늘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달고 살아온 나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와 위로를 준 책이다. (요약본)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게 좋다. 결과의 결정권이 내게 없을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리고 그 결정권이 내게 왔을 때 선택하면 된다. 해보고 선택하지 않은 것과 해보지 않고 선택하지 못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일단 해보자.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지든 그건 그다음에 생각하고. 오늘은 Just Do It!
스스로를 평가 절하하는 것도 문제지만 대단한 사람이라고 혹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도 금물이다. 우리는 대부분 평범한 사람이다. 갑자기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리 만무하고, 연습 없이 달인이 되는 마법도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에 태어나 기어 다니기 전에 걷는 사람은 없다. 이 사실을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난 앞으로 수십, 수백 번 실패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패하기 위해서 하는 시도라고 생각하면 못 할 일도 없다.
혹시 지금, 준비되면 해보겠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읽는 중이라면, 다시 말하지만 그런 준비된 때는 오지 않는다. 일을 저지르고 수습하는 것이지, 수습 준비를 마치고 저지르는 게 아니다. 여기서 핵심은 ‘꾸준함'이다. 매달 꾸준히 작업물을 올리면 점점 보는 사람이 늘고 댓글이 달린다. 피드백으로 배우고 네트워크도 확장하고 운이 좋으면 채용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1년을 지속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스토리가 생길 것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그걸 정말 좋아한다는 뜻이고, 자기 관리가 된다는 뜻이고, 성실하다는 뜻이다.
실패가 계속되면 자학의 늪에 빠지기 쉽다. 나는 노력이 부족하고, 의지도 약하고, 실력도 없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무기력감에 빠진다. 그래서 한 가지 일에만 올인하면 위험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곳곳에 마련해 두어야 한다.
7월의 영화
1917 ★4.5
사령관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두 명의 병사가 아직 후퇴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적진으로 들어간다. 이 과정을 주인공의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비추는데 이것 때문에 답답함과 함께 긴장감이 더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를 볼 때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롱테이크가 전장을 따라 거니는듯한 느낌을 줘서 2시간이 언제 지나갔다 싶을 정도의 몰입감을 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관련 코멘트를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도록 보이게 하는 컨티뉴어스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어쩐지, 장면이 전환되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를 볼 때는 그런 것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몰입해서 재미있게 본 영화다.
내부자들 ★4.0
워낙 유명한 영화라 봐야지 봐야지하고 묵혀만 두다가 이제야 보게 된 영화. 역시 재밌었다. 이병헌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조승우가 죽어보이기까지 했다.
아메리칸 뷰티 ★4.0
가볍게 생각하고 보기 시작해 끝내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파리넬리 ★3.0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데 약간의 충격. 저렇게 얻어진 재능에 어떻게 옳고 그름을 평가해야 할까.
7월의 소비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이직 후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구매했다. 만약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다면 사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상하이 봉쇄 등 코로나 이슈로 인해 주문하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매우 비싼 가격에 비해 LCD를 사용한 것 등 좋지 않은 평가가 많았지만 그렇다고 600만원에 달하는 XDR 디스플레이를 살 수는 없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행히 수령 후 화질, 스피커, 마감 등에 매우 만족하며 잘 쓰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