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5월의 회사
유종의 미
2020년 1월에 입사하여 약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했던 회사를 다음 달에 떠나게 되었다. 시간이 참 빠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에 대한 설렘도 있고, 현재 회사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미련은 없다. 2년 반 동안 어려운 환경 안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디자이너로서 오너십을 갖고 회사의 발전에 많은 부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바쁜 시기에 떠나게 되어 남겨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런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앞으로 남은 약 2주의 시간 동안에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내가 저질러놓은 일을 남은 사람들이 이어받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저질렀던 일이다..ㅎ)
5월의 도전
플랫폼 디자이너
현재 회사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프로덕트 UX 개선 외에도 높은 비중을 두고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디자인 시스템이다. 문제를 찾고 구축을 시작한 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디자인 시스템 프로젝트를 리드해오면서 맨땅에 헤딩도 하고 지금의 모습이 갖춰지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하고 재미있었고, 나의 꼼꼼함과 효율성이 플랫폼 디자이너라는, 토스에서 처음 쓰기 시작하여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직무가 내 강점을 더욱 뾰족하게 발휘할 수 있는 직무일 것이라는 생각을 작년부터 하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에 지인의 추천으로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고, 세 달 동안 준비하던 포트폴리오를 과장을 조금 보태서 거의 3일 만에 빠르게 완성하여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려면 채찍과 데드라인이 필수..)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지금 회사의 10배인 20명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그만큼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5월의 독서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보통의 전문서적과는 다르게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정말 늑대가 나오는지, 이름이 타스케니까 일본 책인지 궁금했는데 정말 늑대가 나오지만 배경은 한국이고 늑대의 이름만 타스케일뿐이다. 이런 소설의 형태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고,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준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기획자나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말 그대로 습관적 생각을 깨는 생각의 습관을 기르는 방법을 가상의 사례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좋은 내용이 너무 많지만 여기에는 평소 무엇이든 분석하려 하고 사람까지 분석하려 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문장을 공유한다. (요약본)
김 대리, 사람을 분석하려 하지 말게. 사람은 분석할 수도 없고 분석할 의미도 없지. 사람을 분석하는 일은 외계인 아니면 나 같은 늑대나 할 짓이야. 사람인 자네에게 사람은 분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네. 자네에게 사람은 이해의 대상이어야 해. 분석이란 그 자체로 자신과 대상의 다름을 전제할 수밖에 없어. 반대로 이해는 서로의 일치를 전제하게 되지. 사람의 마음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분석 따위로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냐. 오직 이해를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거라네.
마음의 여섯 얼굴
나는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툴다. 감정을 조절하는 데는 자신 있지만 억누르려고 하는 편에 가깝다. 웬만해선 눈물도 잘 흘리지 않고, 크게 화를 내지도 않는다. 보통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한다. 아니,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을 때 감정적인 공감보다는 상황이나 판단에 대한 이해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더 쉽다. 그래서 궁금했다. 사람이 감정을 느끼는 프로세스가.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불안감이나 우울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이 책은 우울, 불안, 분노, 중독, 광기, 사랑, 6개의 챕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덕분에 감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요약본)
‘우울 자리'의 핵심은 ‘너 때문이야'라고 하는 대신에 ‘나 때문이야'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나 때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시 말해 내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우울 자리의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우리는 우울해진다.
피부가 마취되면 고통을 피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도 시원한 바람의 흐름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우리 정신도 마찬가지다. 괴로움을 피하면 기쁨도 사라진다. 언젠가 닥칠 삶의 무시무시함에 온전히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존재의 형언할 수 없는 풍부함과 힘을 결코 소유할 수 없다. 그들은 단지 가장자리를 배회할 뿐이다. 그리고 어느 날 심판이 내릴 때 그들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자신의 경계와 다른 사람들의 경계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경계선 주변에서 깨지기 쉽고 상처받기 쉬운 채로 남아있는 것이다.
브레이킹 루틴
컴포트 존을 벗어나라, 언러닝해라 등 기존의 루틴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알면서도 어려운 것이 계속해서 루틴을 깨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고 성장을 의식하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요약본)
지금 내게 주어진 선택지가 맘에 들지 않다면, 선택지에 대해 불평만 하기보다는 용기를 내어 지금 당신이 있는 그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보길 권한다. 나아가 그 불확실성을 이겨내기 위해 아주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일단 시작해보자. 더 나은 삶을 위해, 적어도 오늘처럼 내일을 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시도를 하는 과정 자체가 스스로를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대신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꾸준히 해내는 것. 오직 거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는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기듯이 순리를 따르면 된다.
더 나아가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한발 물러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살펴본 뒤에는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성공에는 노력뿐만 아니라 운도 필요하다. 내 능력 밖의 일까지 일일이 앞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냉철한 판단력보다 적당한 융통성이 더 유용할 때가 있는 법이다.
5월의 음악
곽진언 - 일종의 고백
이아람 - i
기리보이 - 불로부터
백예린 - 그게 나였네
이번 달에는 음악을 거의 못 들었다. 이직을 준비하느라 음악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약 한 달 동안 나를 불태우고 이제야 겨우 여유를 갖고 쉬면서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신곡이 나왔고,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평소에 잘 듣지 않던 기리보이의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역시 비트가 좋았다.
이번 달에는 이직이라는 큰 이슈가 있어서 회고 내용이 많지 않다. 글도 거의 못 썼는데 다음 달에는 미루던 디자인 시스템 구축기를 마저 작성하여 3편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컴포넌트 개선 등 더 많은 내용은 구축기에 넣지 않고 별도의 시리즈로 작성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계획을 바꾸게 되었다. 다음 달에는 새 직장에서의 회고가 메인이 될 것 같다. 기대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