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스무살쯤부터 단순함을 추구해왔던 것 같다. 생태계와 사용법이 단순한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화려한 옷보다는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선호하며 방과 책상을 단순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단순함과 관련된 격언에 깊이 공감한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Less, but Better.
Simple is the Best.
이 책은 단순함의 법칙 10가지와 비법 3가지를 담고 있다. 단순함을 이야기하는 책 치고는 너무 많다. 그래도 원래는 법칙이 16가지였다고 하니 10가지로 줄어든 것에 감사한다. 인상 깊어서 두고두고 되새기고 싶은 문장들을 정리해보았다.
Law 1: 축소 - SHE 방법을 잘 활용하자
축소하고(Shrink), 숨기고(Hide), 구체화하는 것(Embody)
고유의 가치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줄이고 은폐하라. 향상된 재료를 사용하거나 메시지를 담은 단서들을 통해 훌륭한 품질을 구체화하는 것은 제품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자체적 측면을 축소시키고 감추면서도 그 고유의 가치와 미묘한 조화를 이루게 해주는 중요한 방법이다.
디자인,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와 관련된 작업을 종합적으로 깨달은 뒤에 어느 정도까지 제품을 축소해도 내구성이 괜찮을지, 그리고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높은 품질을 구체화하여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나을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하라. 축소하고 숨기고 구체화하는 SHE 방법을 잘 적용했을 때는 작은 것이 더 낫다.
Law 2: 조직 - 눈을 가늘게 뜨고 봐라
그룹을 만드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룹을 너무 많이 만드는 것은 처음에 그룹화를 한 목적을 생각하면 모순적이므로 좋다고 할 수 없다. 흐릿해진 그룹은 훨씬 더 단순하게 보이기 때문에 강력하다. 하지만 더 추상적이게 된 대가로 인해 구체성은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디자인 주도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창의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혼란스러움을 해결하고 가장 올바른 형태를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기도 한다.
뛰어난 디자이너들은 모두 무언가를 바라볼 때 눈을 가늘게 뜬다. 그들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무부터 본 다음에 숲을 보고, 올바른 균형을 발견한다. 적게 만들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Law 3: 시간 - 시간을 숨기고 가치를 구체화하기
대기시간을 얼마나 더 짧게 줄일 수 있을까? ←→ 대기시간을 얼마나 참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양적으로 빠른 것과 질적으로 빠른 것 사이의 적절한 조화라 할 수 있다.
시간이 절약될 때 혹은 그렇게 보이게 만들면 복잡한 것도 간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주사를 재빨리 놓으면 덜 아프게 느껴지는 것 같고, 그 주사가 우리의 생명을 구해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훨씬 덜 아프게 느껴진다.
Law 4: 학습 - 당신의 뇌를 사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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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이 시작이다. (BASICS are the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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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자의 위치로 되돌아가보는 것이다. 비전문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관찰하고, 바로 그 지식의 사슬 끝까지 연속적으로 추적하며 파고들어가는 것이 성공을 향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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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스스로 반복하라 (REPEAT yourself of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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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바인가르트의 여름학교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정확히 동일한 입문 강의를 매년 반복하는 바인가르트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내심 지겹지 않을까 생각했다.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일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번째쯤 바인가르트를 만났을 때는 비록 그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내용을 조금씩 더 간단히 정리해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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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초 중의 기초에 집중하면서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타이포그래피의 압축된 본질에 대해 알고 있던 자신의 모든 지식을 축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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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는 것을 피하라 (AVOID creating desp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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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를 통해 영감을 얻어라 (INSPIRE with examp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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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학습을 위한 궁극적인 촉매제다. 내적 동기가 외적 보상을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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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반복할 것을 절대 잊지 마라 (NEVER forget to repeat yourself.)
Law 6: 맥락 - 아무것도 없는 것이 무언가 있는 것이다
기술자들은 빈 공간이나 여분의 방이 주어지면 채워 넣을 무언가를 발명하려 들 것이다.
사업자들은 잠재적으로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반면, 디자이너들은 무에서 유가 창출된다는 관점 때문에 여백을 보존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여백의 크기를 늘림으로써 잃어버린 기회는 남아있는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되찾을 수 있다. 흰 공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제공되는 양이 적어짐을 의미한다. 결국 대상이 적어짐에 비례하여 관심의 집중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이 적어질 때 우리는 모든 것을 훨씬 더 감사히 여기게 되는 법이다.
Law 7: 감성 - 감성은 풍부한 것이 적은 것보다 낫다
우리 사회와 시스템, 그리고 제품도 관심, 애정, 감정을 필요로 한다. 물론 이런 감성적 측면이 갖는 비즈니스적 가치는 곧바로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살면서 얻게 되는 만족감은 감정순이익률(ROE, Return on Emotion)을 높일 수가 있다. 관심, 더 큰 사랑, 그리고 더 의미 있는 활동 등 특정 대상에 있어서는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좋은 편이다.
비법 3: 전력
긴박감과 창조적 정신은 함께 일어나는 것이며 그것의 긍정적 결과로써 혁신이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한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전력의 수확과 보존을 위한 기술 혁신과 함께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는 사회적 관행이 늘어나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단순함의 가장 강력한 사례가 가장 힘이 없어보이는 사람들의 삶 속에 있다는 사실을 꺠닫게 해줄 것이다.
끝마치며: 불안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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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마에다: 불안감이 지나치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실패에 대한 불안감에 마비되어 있기 때문에요. 반면에 불안감이 너무 없어도 성장의 기회가 없어지는 건 마찬가지죠. 자기 실패를 인정하려 들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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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언어학과 교수: 균형이 가장 중요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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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마에다: 하지만 그 가운데 있다고 해도, 양 끝을 향해서 조금씩 움직여봐야 해요.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계속적으로 인지할 수 있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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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언어학과 교수: 당신은 때때로 그 가운데에서 균형감을 잃을수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