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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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 텍스트 '취소'는 아래 의미들을 갖고 있습니다.
1.
하려던 걸 안 하겠다고 번복하는 행위
2.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하던 걸 때려치우는 행위
3.
했던 것을 되돌리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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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팝업에서 오른쪽 버튼은 Positive / 순방향 / 긍정과 수긍 / 예정된 Flow로 전진을 의미하고 왼쪽 버튼은 Negative / 역방향 / 부정과 거부 / 예정된 Flow로부터 후퇴 또는 중지의 역할을 합니다. '취소'는 그중 Negative 버튼의 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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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버튼을 제공한다는 것은 선택권 부여와 책임 회피 그 어딘가에 있습니다. 대상, 맥락에 따라 제공할 때와 스킵할 때를 구분하는 디자이너의 고민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취소
취소(Cancel)는 정말이지 이상한 레이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취소의 사전적 의미는 '발표한 의사를 거두어들이거나 예정된 일을 없애버림'입니다.
그러나 실제 UI에서는 아래 3가지를 모두 의미하죠.
1.
하려던 걸 안 하겠다고 번복하는 행위
2.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하던 걸 때려치우는 행위
3.
심지어는 했던 것을 되돌리려는 일
모바일 팝업 왼쪽 버튼 취소의 역할
모바일 버전의 팝업 오른쪽 버튼은 Positive, 순방향, 긍정과 수긍, 예정된 Flow로 전진이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많은 썰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른손잡이 사용자의 엄지 손가락 가동 범위를 고려하여 모바일에서는 팝업의 오른쪽 버튼에 배정한다는 이야기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른쪽에 Positive가 있다면 그 반대편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모바일 버전의 팝업 왼쪽 버튼에는 Negative, 역방향, 부정과 거부, 예정된 Flow로부터의 후퇴 또는 중지 역할 하는 단어가 나와야 합니다.
문제는 오른쪽 액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 주로 동사인 어휘는 많지만 그들의 짝꿍이 될 수 있는 부정적인 동사는 몇 개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 몇 개 안 되는 부정어의 대장은 역시 취소죠.
이 '취소'라는 용언은 일단 내가 저지른 일을 중단하고 의사를 철회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팝업을 발현시킨 이전 상황까지 커버할 수 있는 상당한 힘을 가진 동사입니다.
팝업의 왼쪽 '취소' 버튼을 볼 때마다 저는 거부할 수 없는 두 가지 다른 마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아이코, 이거 내가 잘못 생각했네. 큰일 날뻔했다, 일단 안 할래.
시끄러. 꺼져.
'취소'의 역할 - 선택권 제공 VS 책임 회피
UX writing을 하다보면 1 버튼 팝업을 써야 하거나 팝업을 쓰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UX 디자이너들이 2 버튼 팝업을 굳이 넣고 싶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나름 추측해보자면, 다음과 같은 배려와 걱정이 항시 UX 디자이너의 마음 안쪽에 도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사용자의 의사를 존중하기 때문에 선택권을 주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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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는 사용자의 동의를 받고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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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결정의 상황 또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결정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와 애착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2.
나중에 내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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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책임을 동반합니다. 바꿔 말하면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내가 책임질 일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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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manently delete나 심각한 프라이버시 노출 등이 우려되는 문제라면 저도 군말없이 세게 팝업을 작성하곤 했습니다. 사용자와 서비스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선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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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꼭 넣지 않아도 될 팝업인데도 마치 사용자의 전진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취소 버튼을 준비하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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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갈 구석을 만드는 컨펌 팝업의 취소 버튼은 서비스를 걱정쟁이로 보이게 만듭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언제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줄지 세심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취소 버튼을 주고 '잘못돼도 내 책임은 아니야 난 그만둘 기회를 분명히 줬다고!'라며 고개를 돌려버린다면 성실한 UX 디자이너라고 보기 어렵겠죠.
그럼 언제, 뭘 물어봐야 할까?
사용 맥락에 따라 다릅니다. 굳이 취소시키지 않아도 될 일, 중지시키지 않아도 될 일이라면 묻지 않고 사용자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줘야할 때가 언제인지 디자이너마다의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사용자 인식 가능성, 오류 발생 빈도, 법률적 이슈 발생의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겠죠. 데이터에 기반하면 가장 좋고, 쓸만한 데이터가 없다면 본인의 디자인 논리와 철학에 기반하여 나름의 원칙을 만들면 됩니다.